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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 말고 '당신' 될래요” 성남당구연맹 이미래선수 한국일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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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최초작성일 : 15-02-10 16:34 조회12,63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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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1호 여자 당구 체육특기생 이미래
초등 6학년 시작 국내 대회 휩쓸고 일본 프로 스리쿠션 대회서도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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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욱한 담배 연기에 한 잔 술을 걸친 남성들의 거친 목소리. 불량 청소년 탈선의 공간이라는 인식은 1,200만 동호인을 자랑하는 한국 당구의 씁쓸한 단면이었다. 그래서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은 출입을 뜯어 말렸지만 PC방이나 노래방도 없던 1970~80년대 당구장은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던 유일한 해방구였다.

1994년 당구장이 청소년들에게 공식적으로 문호를 개방한 지 21년이 흘렀다. 이제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손을 잡고 당구장으로 가는 시대를 넘어, 당구를 전공한 체육 특기생으로 대학에 진학한 여고생도 나왔다. 이미래(19)는 포켓볼도 아닌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스리쿠션으로 여자 당구계를 평정하고 특기생으로 한체대 사회체육과에 입학한 15학번 새내기다. 입학 정원은 포켓볼과 캐롬(스리쿠션) 각 1명씩이었는데 당구 전공 체육특기생은 남녀 구분이 없다. 실력으로 당당히 남자들을 제친 이미래는 “1등이 아니면 안 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남자 선수들과 경쟁에서 무조건 이겨야 했다”고 밝혔다.

5일 경기 분당 서현동의 미래당구클럽에서 만난 이미래는 여전히 혼자 큐를 잡고 하루 6시간 이상의 강훈을 하고 있었다. 이미래가 당구와 인연을 맺은 건 초등학교 6학년. 퇴직하고 소일거리 삼아 주말마다 당구아카데미에 나가던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녹색 테이블의 매력에 빠져 들었다. 그러다 고교 1학년 때부터 전국체전을 포함해 성인들까지 겨루는 각종 프로대회에서 상을 휩쓸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여성 프로 스리쿠션 대회를 개최한 일본에서 초청대회의 구색을 갖추기 위해 이미래를 불렀다가 안방에서 우승컵을 내 주며 체면을 구기기도 했다. 이미래는 “처음엔 아버지의 권유로 시작했는데 대회에서 입상하기 시작하면서 재미가 붙었다”면서 “정적인 스포츠라 생각하는 걸 좋아하는 내 적성과 잘 맞았다”고 말했다.

이미래가 졸업한 분당 보평고교에는 당구부가 없다. 당구부도 없는 학교에서 당구 체육특기생으로 대학에 입학한 여고생이 나왔다는 것 자체로 지역과 당구계에서 큰 화제가 됐다. 고교 3년 동안 정규 수업을 모두 마친 뒤 클럽으로 가서 밤 12시까지 훈련하는 고된 생활을 계속했던 이미래는 “그래서 1학년 때 선생님들께 허락을 받아 당구 동아리를 내가 직접 만들어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딸에게 큐를 건네 준 아버지의 심정이 궁금했다. 이학표씨는 굴지의 대기업에서 임원까지 역임하고 27년간 근속한 뒤 퇴사한 엘리트 출신. 또래의 한국 남성들처럼 젊은 시절 취미로 시작했다가 지금은 성남시 당구연맹 부회장을 맡고 있을 만큼 당구에 조예가 깊다. 그는 “처음엔 포켓볼도 아닌 스리쿠션을 딸에게 시킨다고 주위에서 조롱도 많이 받았다”면서 “하지만 천편일률적인 교육과정을 거쳐 기계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것보다 자기가 하고 싶어하는 일을 하게 해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미래는 이신영(36ㆍ구리시당구연맹)에 이어 국내 여자 스리쿠션 랭킹 2위로 에버리지 0.7점(한 이닝 평균득점)을 자랑한다. 동호인 기준으로 300점 정도다. 비공식 하이런(한 번에 최다 연타 수)은 13점. 남자 선수들도 성공률이 높지 않은 더블 쿠션, 대회전 등을 어렵지 않게 구사한다. 가냘퍼 보이는 여고생이 큐를 들고 있는 모습만 보고 호기심으로 도전장을 던졌다가 자존심을 구긴 재야의 남자 고수들이 수두룩하다. 이미래는 “친구들이 신기해 한다. 친구들과는 포켓볼도 가끔 치지만 어려서부터 캐롬(스리쿠션)에 더 끌렸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미래의 경우 책으로 당구 이론을 공부한 독특한 케이스”라며 “나도 당구를 쳐 봤지만 훈수를 두는 사람마다 모두 방식이 다르고, 정답이 없는 게 당구기 때문에 그나마 대다수에게 검증된 책을 통해 사실상 독학으로 컸다”고 대견해했다.

이제 곧 캠퍼스의 낭만을 즐길 기대에 부풀 만도 하지만 이미래는 “당구 특기로 입학했지만 당구를 따로 배우는 전공은 없기 때문에 방과 후에는 클럽에 나와 계속 운동할 생각”이라며 제2의 당구 인생 시작을 준비했다.

국내 최초의 여자 당구 체육특기생이 된 이미래의 두 번째 꿈은 최초의 여성 당구학 교수다. 이미래는 “그 중에서도 당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수 많은 ‘길’ 가운데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초이스학 개론’ 분야를 개척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대한당구연맹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전국에 당구장은 2만3,887개다. 체육시설 중 40.37%에 해당한다 하루 평균 내방객 수는 100만명 이상으로 인구수 비례 세계 1위 인프라다. 경기 시청률이 프로축구와 프로농구를 앞지를 때도 있다. 이미래는 “여자도 얼마든지 스리쿠션을 칠 수 있을 만큼 당구장이 더욱 건전한 여가 스포츠의 공간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나타냈다.

분당=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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